사이버섹스시대 개막

아무리 고매한 인품을 자랑한다 하더라도, 혹은 아무리 바쁘게 산다 하더라도 누구나 섹스에는 관심이 있고 성행위도 한다. 한글을 창제하고 과학에도 조예가 깊은 세종대왕도 8명의 부인과 많은 자손을 두었고 전쟁 중인 이라크에도 아이들은 태어난다.

이상형 초대 화려한 섹스 파티 즐겨

비록 초라한 방에 있으면서도 얼마든지 샤론 스톤, 카메론 디아즈, 이효리, 브래드 피트, 조지 클루니, 배용준, 에릭까지 초대(?)해 가상이나마 화려한 섹스의 쾌감을 만끽할 수 있다면? 이러한 가상섹스, 즉 사이버 섹스가 비록 완전치는 않지만 곧 현실화할 전망이다. 사이버 섹스란 남녀가 서로 육체적인 접촉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컴퓨터를 이용한 가상공간 속에서 성관계를 맺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사이버 섹스라고 하면 SF영화에 등장하는 남녀 주인공들이 흔히 볼 수 있는 헬멧보다 훨씬 정교하고 여러 개의 선들로 신체의 각 부위가 연결돼 있는 헤드기어를 쓰고 섹시한 신음소리를 내는 장면을 상상할지도 모른다. 1993년에 나온 영화 [데몰리션 맨]에서 실베스터 스탤론과 산드라 블럭이 헤드기어를 착용한 채 사이버 섹스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영화에서는 체액을 교환하는 섹스는 비위생적이어서 법으로 금지됐다. 주인공들은 사이버 섹스를 하는데 이를 위해 착용하는 헤드기어가 알파(α)파를 증대시켜주고 성에너지를 디지털화해서 전달해주는 역할을 한다. 헤드기어를 이용한 α파의 증가, 성에너지의 증가, 성에너지의 디지털화 등은 기술적인 면에서 매우 발달한 사이버 섹스의 형태다. 실제로 기분이 좋을 때 안정되거나 휴식을 취하는 상태에서 인간의 뇌파에서 α파가 나오고 불쾌하거나 흥분된 상태, 또는 긴장 상태에 있을 때 베타(β)파가 나온다. 이 영화에서 나오는 사이버 섹스는 전혀 터무니없는 얘기가 아니고 어디까지나 과학에 근거했음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미래의 사이버 섹스다. 시점도 2032년이다.

사이버 섹스의 원조라 할 수 있는 가상섹스에 대한 실험은 1960년대 미국 정부의 주도 아래 일본 도쿄 대학에서 행해졌다. '인터섹스(Intersex)'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해외 주둔 미군들에게 성병의 위험 없이 시뮬레이션된 섹스 경험을 즐길 수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이 프로젝트에서 여성 지원자들의 반응은 비디오-오디오 테이프로 녹화-녹음돼 남성 대상자를 위한 시청각적 자극의 도구로 사용했다. 이밖에 감각을 자극할 수 있는 많은 작업이 행해졌다고 알려지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서 주목할 점은 그들의 성적 반응을 관련 장치가 갖추어진 상대방에게 원격으로 전달된다는 것이다. 원격섹스의 개념이 포함돼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결혼제도를 심각하게 위협하며 가상에서 난교를 엄청나게 확대시킬 수도 있어 결국 중단됐다.

1974년에는 테드 넬슨은 '텔레딜도닉스(Teledildonics)'라는 개념으로 원격 가상섹스를 제안했다. 이용자가 성기를 기계적으로 자극하는 장치가 달린 특수한 옷을 입고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상대방과 섹스를 한다는 구상이다. 물론 이 옷은 단지 원리만 제시한 것이지 실제 제작하지는 못했다.

스탠퍼드대 사이버 섹스 시스템 개발

현재는 어떨까. 사이버 섹스의 발전도는 얼마만큼 실제감을 느끼냐다. 특히 시각과 청각은 그리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다. 현재 기술로는 얼마든지 샤론 스톤이나 에릭과 똑같은 형상-목소리를 구현할 수 있다. 결국 촉각이 문제가 된다. 그런데 국내 벤처기업인 씨엠넷이 시각과 청각뿐 아니라 촉각까지 가능한 온라인게임 '쓰리필(3feel)'을 최근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더욱이 이 게임은 네트워크로 연결해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일 대 일 사이버 섹스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는 음란 소프트웨어나 포르노 동영상을 이용한 현재의 사이버 섹스 수준을 한 차원 높인 것. 물론 종전에도 화상 채팅을 통해 일 대 일 사이버 섹스를 하기도 했지만 촉각까지 동원하지는 못했다.

사이버 섹스와 관련한 연구는 현재 각국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스탠퍼드 대학에서는 뇌와 근육으로부터 전기신호를 받아 신시사이저를 제어하는 '바이오뮤즈(Biomuse)'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 시스템이 개발되면 가상현실 기술과 조합돼 영화 〈데몰리션 맨〉 수준에 버금가는 사이버 섹스 시스템 제작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사이버 섹스는 떨어져 있는 부부나 연인에게는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일하는 중 잠시 시간을 내 멀리 떨어져 있는 부부나 애인과 연결, 아무도 없는 자기 사무실에서 은밀하게 성행위를 즐길 수 있다.

즉, 인터넷으로 시각-청각-촉각의 지각능력을 갖춘 원격시스템이 연결되면 인류의 성생활 방식은 획기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성행위로 정착 땐 사이버 매춘 등장

익명성이 보장되는 사이버 공간에서는 사이버 섹스가 성행위의 주류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또 임신할 가능성이나 성병에 걸릴 위험도 없고, 잡다한 전화나 사람들 사이에서 어색한 만남을 가질 필요도 없다. 상대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아도 된다.

젊은 남자가 여자로 가장하거나 나이 많은 사람이 10대라고 하여 원조교제 또는 변태 성행위를 할 가능성도 있다. 매춘 행위도 문제다. 임신의 염려가 없고 에이즈나 매독 같은 성병 감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대신 신종 사이버 매춘이 극성을 부릴 우려가 크다. 전혀 예기치 못한 새로운 형태의 사회 문제가 야기될 수도 있다. 예컨대 배우자가 사이버 섹스 대상을 간통으로 소송을 제기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사이버 섹스는 결혼한 이들에게는 못하게 제한해야 하는 것일까.

어쨌든 21세기는 컴퓨터를 이용한 가상현실 속에서 원하는 파트너를 마음대로 골라 섹스를 즐기는 시대가 될 것이다. 과연 사이버 섹스가 섹스 보조도구로 그칠까, 아니면 기존의 성생활을 밀어내버릴까. 사이버시대, 어쩌면 사랑도 사이비가 되는 건 아닐까.

성감대 자극하는 쌍방향 섹스게임 나왔다

미국, 일본 등에서도 섹스게임이 등장하긴 했지만 씨엠넷의 '쓰리필(3feel)'과 같이 쌍방향 온라인게임 형태로 등장한 것은 처음이다. 이 게임은 이용자들이 온라인상에서 남녀 캐릭터를 조작하면서 섹스를 할 수 있게 한 것으로 씨엠넷은 사실감을 높이기 위해 국내 성인영화 배우들의 몸에 센서를 달아 동작을 입력하는 '모션캡처' 기술을 적용했다. 이 작업에만 두 달이 걸릴 정도였다. 동영상이 실제 같다.

미국의 '3D-섹스게임즈' 등 그래픽 수준이나 음향 효과 측면에서 쓰리필을 앞서는 게임이 선보였으나 쓰리필이 이들에게 직격탄을 날릴 수 있는 것은 게임을 커뮤니티와 결합해 선보였다는 점. 이 게임을 하려면 인터넷에 접속한 뒤 게임방을 만들어야 한다. 게임방에는 다양한 상대가 있고, 그곳에서 게임이 시작된다. 특히 이 게임은 상대의 얼굴과 몸을 화상으로 감상하고 채팅까지 할 수 있다. '사이버 오르가슴'의 극대화로 치닫는 것이다.

하나 더 강점이 있다. 쓰리필, 즉 삼감(三感)이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시각-청각뿐 아니라 촉각에 대한 기술을 도입했다. '헵틱(heptic)'이라는 상대방의 하드웨어를 조작할 수 있는 컴퓨팅 기술을 이용해 원격으로 상대방의 바이브레이터(여성용 자위기구)를 제어할 수 있다. 즉, 진동을 통해 상대방의 촉각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바이브레이터는 캐나다의 매트릭스바이브레이터사가 생산하는 것으로 여성이 자신의 컴퓨터 USB포트에 연결하면 된다. 남성용 자위기구는 전원의 공급 문제 등 몇 가지 해결하지 못한 것이 있어 계속 연구 중이다.

하지만 쓰리필은 성인 전용이라도 온라인게임을 심사하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씨엠넷도 국내에서 서비스할 뜻이 없다. 그리고 실사(實寫) 수준의 동영상 용량이 커서 웬만큼 인터넷 속도가 빠르면 화면이 끊겨서 제대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도 제약요인이다. 미국이나 일본도 현재 나와 있는 초고속 인터넷 이용자들만 사용 가능할 것으로 회사측은 보고 있다. 씨엠넷 신도철 사장은 "인터넷 때문에 지역을 넘어 세계적으로 '문화적 동질화'가 빨라지고 있고, 그중 섹스는 세계인의 화두인 점을 감안할 때 쓰리필이 즐거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국가별로 정서가 다르기 때문에 쓰리필은 주로 미국과 일본을 겨냥할 것"이라고 말했다. 씨엠넷은 오는 8~9월에 본격 런칭을 목표로 미국 플레이보이 등과 접촉하고 있다.

하지만 이 게임을 외국의 성인 포털사이트에 수출한다고 해서 우리나라 사람이 이용하지 말란 법은 없다. 인터넷은 세계 공용이기 때문이다. 이 게임을 해외에서 운영하고 그 운영업체가 한글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우리가 개발한 게임을 외국 서버에서 즐기며, 외국 회사에 돈을 주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조완제 기자 jw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