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안 터지는 홍명보호, 해법은 역시 유럽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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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신병기를 찾겠다는 홍 감독의 기대는 실패로 끝났다.
홍 감독의 시선이 유럽으로 향하는 것도 당연하다.

4경기에서 슈팅 수 55개에 득점은 단 한 골, 그리고 3무1패.
지난 6월 25일 출범한 홍명보호(號)의 네 차례 A매치 성적표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8월 14일 페루와의 평가전에서도 0-0으로 비겼다. 전후반 15개의 슈팅을 날리는 파상공세에도 불구하고 골문을 열지 못했다. 

지난달 동아시안컵 호주전(0-0), 중국전(0-0), 일본전(1-2)에 이어 고질적인 골 결정력 부족을 또 한 번 드러냈다. 홍명보호의 유일한 득점은 측면 공격수 윤일록(21·서울)이 일본전에서 넣은 중거리골이 전부다. 홍 감독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골 가뭄 해법 찾기가 홍 감독의 첫 번째 숙제로 떠올랐다.

홍 감독은 A매치 4경기를 국내파와 일본파, 중국파로만 치렀다. 국제축구연맹(FIFA) A매치 데이에 열린 페루전에도 유럽파를 차출하지 않았다. 새 시즌 개막을 앞두고 있는 유럽파에 대한 배려였다.

8월 14일 홍명보 감독이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페루와의 친선경기에서 선수들에게 답답함을 호소하는 몸짓을 하고 있다. | 이석우 기자

8월 14일 홍명보 감독이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페루와의 친선경기에서 선수들에게 답답함을 호소하는 몸짓을 하고 있다. | 이석우 기자

국내파에서 신병기를 발굴하자는 의도도 깔려 있었다. 홍 감독은 동아시안컵과 페루전에 김동섭(24·성남)과 서동현(28·제주), 김신욱(25·울산), 조동건(27·수원) 등 4명의 국내파 원톱 공격수를 시험 가동했다. K리그 원톱 공격수 중 대표팀에 호출할 수 있는 자원들을 총동원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5년 만에 태극마크를 단 서동현은 중국전에서 많은 기회를 잡고도 번번이 골로 연결하는 데 실패했다. K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골잡이 중의 한 명인 196㎝의 장신 공격수 김신욱은 동아시안컵 3경기에 조커로 출전했지만 역시 침묵했다. 홍 감독이 강조하는 패스 앤드 무브 축구와 궁합이 맞지 않았다. 동아시안컵과 페루전에 연속 발탁된 김동섭 역시 존재감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페루전 후반 교체투입된 조동건도 마찬가지였다.

국내파 골잡이들 존재감 못 보여줘
홍 감독이 K리그 클래식 득점 랭킹 10걸 중 소집하지 않은 선수는 이동국(34·전북·12골)과 한상운(27·울산·7골)뿐이다. 한상운은 왼쪽 날개로 전문 골잡이가 아니다. 원톱 중 호출하지 않은 선수는 이동국이 유일하다. 하지만 홍 감독은 이동국에 대해 “최근 득점력이 떨어진 부분도 있지만 조금 더 심리적인 안정이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국내에서 신병기를 찾겠다는 홍 감독의 기대는 실패로 끝났다. 하늘에서 갑자기 결정력 갖춘 골잡이가 뚝 떨어질 리도 만무하다. 홍 감독의 시선이 유럽으로 향하는 것도 당연하다.

축구대표팀은 다음달 FIFA 지정 A매치 데이인 6일 아시아 국가, 10일 크로아티아와 평가전을 치른다. 홍 감독은 이번에는 유럽파를 호출할 예정이다. 유럽파에는 대표팀의 골 결정력 부족을 해결해줄 수 있는 자원들이 있다. 손흥민(21·레버쿠젠)과 지동원(22·선덜랜드), 박주영(28·아스널)이 그들이다.

현재 가장 뜨거운 선수는 ‘손세이셔널’ 손흥민이다. 사실 손흥민은 최강희 전 대표팀 감독 시절 벤치 멤버로 기용되다 중후반에야 선발 기회를 잡았다. 홍 감독 역시 지난해 런던올림픽 사령탑 시절 예선전부터 손흥민을 단 한 차례도 발탁하지 않았다. 이유가 있었다. 홍 감독은 사석에서 지인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축구선수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자기가 잘하는 선수’와 ‘자기를 희생해 주변을 좋게 만드는 선수’다. 후자의 대표적인 케이스가 박지성(32·에인트호벤)이라면, 전자는 손흥민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팀 스피릿을 중시하는 홍 감독은 잠재력은 무궁무진하지만 아직 팀 플레이에 녹아들지 못하는 손흥민을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실제로 손흥민은 소속팀에서와는 달리 대표팀에선 그다지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동료들과 눈을 맞추고, 조화를 이루는 데 아직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하지만 차범근 전 대표팀 감독의 생각은 다르다. 차 전 감독은 “우리보다 축구에 대해서는 더 전문가인 독일이 손흥민에게 1000만 유로(약 150억원)란 거액을 투자한 건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손흥민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독일서 펄펄 나는 손흥민 경기 직접 관전
홍심(洪心)도 움직이는 듯하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에서 12골을 터트렸다. 올 시즌 레버쿠젠으로 둥지를 옮겼는데 이적료가 1000만 유로였다. 그의 가능성을 분데스리가에서도 인정했다는 얘기다. 손흥민은 지난 3일 독일축구협회(DFB) 포칼 1라운드에서 1골·1도움을 올린 데 이어 10일 프라이부르크와의 분데스리가 개막전에서도 결승골을 터트려 3-1 승리를 이끌었다. 홍 감독은 손흥민을 직접 보기 위해 16일 독일로 출국, 17일 메르세데스 벤츠 아레나에서 열린 레버쿠젠과 슈투트가르트의 분데스리가 2라운드를 관전했다. 소속팀에선 펄펄 날고, 대표팀에만 오면 설설 기는 손흥민 징크스를 어떻게 풀어주느냐가 홍 감독의 고민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8월 14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페루와의 친선경기에서 윤일록 선수가 강력한 슈팅을 날리고 있다. | 이석우 기자

8월 14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페루와의 친선경기에서 윤일록 선수가 강력한 슈팅을 날리고 있다. | 이석우 기자

손흥민은 레버쿠젠에서 왼쪽 날개로 뛰고 있다. 하지만 손흥민은 전형적인 측면 공격수로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요즘 유럽에서 유행하는 ‘센터-윙어’, ‘폴스10(가짜 10번)’ 스타일의 공격수에 가깝다. 다비드 실바(27·맨체스터 시티), 오스카(22·첼시)처럼 측면에서 중앙으로 움직이면서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주고, 득점력도 겸비했다. 함부르크 시절 원톱 공격수로 활약하기도 했다.

홍 감독이 손흥민 딜레마를 풀면 대표팀의 결정력 숙제도 한 방에 풀릴 수 있다.

왼쪽 날개와 최전방 공격수를 겸할 수 있는 지동원도 괜찮은 카드다. 지동원은 지난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돼 5골을 터트려 1부리그 잔류를 이끌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선덜랜드에서의 벤치 설움을 씻어내고 부활했다. 날개를 펴는가 했지만 선덜랜드로 복귀한 게 걸린다. 아우크스부르크 때와는 달리 주전 경쟁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존의 스티븐 플레처(26)와 코너 위컴(20·이상 영국), 스테판 세세뇽(29·베넹)은 물론 네덜란드 알크마르에서 가세한 조지 알티도어(24·미국) 등과도 선발 자리를 다퉈야 한다. 자칫 벤치 멤버로 밀리면 경기감각이 다시 무뎌질 수 있다. 홍명보 감독은 페루전 직후 “소속팀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는 대표팀에 부르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동원이 홍명보호에서 중용되느냐의 여부는 소속팀에서 주전 자리를 확보해 경기감각을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박주영·지동원, 경기감각 유지가 발탁 관건
박주영도 지동원과 비슷한 처지다. 박주영은 홍명보 감독의 페르소나다. 영화계 팀 버튼 감독-조니 뎁, 축구계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라이언 긱스(맨유) 같은 관계다. 홍 감독은 지난해 6월 병역 면탈 의혹에 시달리던 박주영의 기자회견장에 동석해 “박주영이 군대를 가지 않으면 내가 대신 가겠다”고 말하며 논란을 잠재웠고, 런던올림픽 본선에 와일드 카드(23세 초과 선수)로 데려가 동메달 신화를 합작했다.

현재로선 박주영이 한국 최고의 원톱 공격수라는 데 이견이 없다. 차범근 전 대표팀 감독은 “수원 삼성 사령탑 시절 FC서울과 경기를 하면 우리 수비진의 빈 틈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주영이를 막지 못해 늘 머리가 아팠다. 주영이는 현역 시절의 나처럼 공간을 찾아 들어가는 움직임이 탁월하다”고 칭찬했다.

홍 감독 역시 브라질월드컵 본선에서 활용할 원톱 공격수로 박주영을 0순위로 두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박주영의 경기감각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에서 사실상 방출 통보를 받은 박주영은 함부르크 등 독일 분데스리가 이적을 추진 중이지만 협상이 지지부진하다. 하루 빨리 새 둥지를 찾아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다. 박주영이 살아나면 홍 감독의 고민도 그날로 끝이다.

<박린 일간스포츠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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