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누가 내 다리를 자꾸 만질까”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수면 방해꾼 ‘하지불안증후군’… 관절염과 비슷, 앉거나 누워 있을 때 증상 나타나

[헬스케어]“누가 내 다리를 자꾸 만질까”

하지불안증후군은 중년 10명 중 1명에게서 나타나는 만성 신경학적 질환으로 환자의 2/3는 여성이다. 나이가 들수록 유병률이 높아져 특히 중년층 이상의 여성이 위험하다. 그러나 환자들은 자신이 이 병을 앓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수면 전이나 수면 중에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개인마다 느끼는 증상이 너무 다양하기 때문이다.

나타나는 증상이 다른 질환과 혼동하기 쉬워 성장통이나 우울증, 고혈압, 불안장애, 관절염 등의 잘못된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다. 자거나 누워 있을 때 ‘근질근질한 느낌’ ‘스멀스멀 벌레가 기어 다니는 느낌’ ‘저림’ ‘옥죔’ ‘물이 흐르는 듯한 느낌’ ‘쿡쿡 쑤심’ ‘가려움’ ‘타는 듯한 느낌’ ‘전류가 흐르는 느낌’ 등이 나타난다면 하지불안증후군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또 혼동하기 쉬운 관절염 등의 질환과 구분하는 방법은 잠잘 때 혹은 앉거나 누워 있을 때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전문의들은 하지불안증후군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신체운동을 통제하는 신경세포인 도파민 전달체계의 이상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양한 증상 때문 잘못된 진단도

도파민 전달체계의 이상은 유전적 요인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 임신이나 당뇨, 알코올중독, 심한 다이어트, 파킨슨 병, 철분 부족으로 인해 생길 수 있다. 원인에 따라 치료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하지불안증후군의 증세가 유전성인지, 특정 질병에 의한 2차적 증상인지 원인을 감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증상은 대부분 다리에 나타나지만 발과 허벅지, 허리 부위에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하지불안증후군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수면다원검사 및 혈액검사가 필요하다. 하지불안 증후군이 유사한 증상을 동반하는 다른 질환과 혼동되기 쉽고, 다른 수면질환과의 감별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수면다원검사란 수면 중에 나타날 수 있는 모든 증상을 총체적으로 정확하게 알아볼 수 있는 검사로 실제로 잠을 자는 7~8시간에 나타나는 양상을 모두 체크할 수 있다.

습관적으로 몇 차례 다리를 움직이는 생리적 현상이거나, 다리에 증상은 나타나지만 뇌가 잠에서 깨는 각성이 일어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는 치료를 하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 않아 정확한 진단이 필요한 것.

하지불안증후군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자다가 다리에 불쾌한 느낌을 주는 증상이 나타날 때는 다리를 움직이거나 주무르면 일시적으로 완화되는데, 대부분 지속적으로 다리를 움직여 줘야 한다. 이렇듯 증상이 나타나면 잠에서 깨거나 깊은 잠을 잘 수 없어 대부분 만성불면증과 수면부족에 시달리게 된다. 이로 인한 무기력증, 만성피로, 집중력과 기억력 저하 등의 문제를 함께 겪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 주간 졸림증으로 인한 졸음 전 사고나 업무능력저하 등의 문제도 심각하다.

약물치료엔 한계 생활을 바꿔야

하지불안증후군의 치료방법은 그리 많지 않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치료제로 허가 받은 약은 도파민 효능제의 하나인 ‘로피니롤제제’에 불과하다. 이 약은 원래 파킨슨병 치료제인데, 중등 혹은 중증 하지불안증후군 치료에 사용된다. 이외에도 각종 통증완화제(코데인), 신경안정제 등이 처방되고 있다. 약물치료를 받으면 증상은 바로 없어지지만 약물치료 중단 후 증상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약물치료와 함께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불안증후군이 있으면 숙면을 취하지 못해 낮잠을 자거나 초저녁 잠을 자는 경우가 많다. 또 졸음을 쫓기 위해 커피 등의 카페인 섭취도 많은 편이다. 이런 습관들은 하지 불안증후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므로 피해야 한다.

▲낮잠과 초저녁 잠을 줄이고 ▲저녁 늦게 간식을 먹는 일 ▲오후 늦게 커피나, 초콜릿 등 카페인 섭취 ▲음주를 피하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과 증상 개선의 방법이다.
예송이비인후과 수면센터 박동선 수면전문의는 “하지불안증후군의 가장 큰 문제는 수면장애이므로 불면증을 개선하는 일도 함께 해야 할 일” 이라며 “아침에 규칙적인 시간에 일어나고, 수면시 조명을 어둡게 하고, 잠자기 전의 가벼운 스트레칭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도움말/예송 이비인후과 수면센터 박동선·이종우 공동원장>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주간경향 댓글 정책에 따라
이 기사에서는 댓글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미지
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오늘을 생각한다
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지난 6월 10일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수원시 장안구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집단 아동학대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비슷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해자들의 범죄행위에 치를 떨면서, 피해 아동 보호자들이 지친 마음과 몸을 이끌고 기자회견을 하게 만드는 망가진 시스템에 분노한다. 만 2세 반 어린이 13명에게 2명의 교사가 상습 폭력을 가했다. 경찰이 확보한 35일 치 CCTV에서 350건의 학대 행위가 발견됐고, 가해 교사 2명과 원장이 상습 아동학대와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피해 가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원장은 아무런 행정 처분 없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고, 가해 교사 2명은 자진 사직했기에 자격정지 등 처분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수원시는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는 다 했다며, 재판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해 가족들은 수원시 행태가 마치 2차 가해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아동들은 여전히 불안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자다가 몇 번씩 잠에서 깨는 한 어린이는 “꿀향기반 선생님들이 자기를 데리러 올까봐 무섭다”고 했다. 다른 어린이는 작은 소리에도 몸을 움찔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지난 1월 CCTV 영상을 확인하고 경찰 신고,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5개월 동안 가족들의 삶은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 만 2세 어린 아기들을 밀치고, 넘어뜨리고, 머리채를 끌어당기고, 냅다 던져버리는 영상을 보며 엄마·아빠들의 마음은 지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