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김우룡 발언’ 국정조사 가능할까

야당 진상규명 촉구, 한나라당은 정치공세라며 일축

민주당 등 야당이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의 <신동아> 인터뷰와 관련해 국정조사 추진 등 진상규명에 나섰다. 그러나 여당인 한나라당이 국정조사 자체를 반대하고 있어 국정조사가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정조사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민주당 등 야당은 4월 임시국회에서 진상 규명에 나설 예정이다.

민주당 ‘MBC 조사특위’ 위원들이 3월 23일 국회에서 열린 1차회의에서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 발언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우철훈 기자

제1야당인 민주당은 지난 3월 23일 ‘청와대·방문진 MBC 장악 진상조사특별위원회’(이하 MBC조사특위·위원장 천정배)를 구성한 뒤 연일 대여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MBC 조사특위’는 이명박 정부의 MBC 장악을 위한 여러 가지 탄압과 통제의 실체를 규명하고 공영방송 MBC를 지키기 위해 민주당 차원에서 구성된 특별기구다.

“정권 핵심과 관련된 공작 의혹”
특위 위원장인 천정배 의원은 “이번에 김 전 이사장 자신의 입을 통해 무시무시한 음모의 실체가 분명히 드러났다”면서 “어떻게 공영방송 사장이 큰집에 가 ‘쪼인트’를 까이면서 인사를 한단 말인가”라고 질타했다. 조사특위는 방문진 이사들과 엄기영 전 MBC 사장의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며, 방문진과 김재철 MBC 사장에 의해 해고된 방문진 전 간부와 지역MBC 사장 등도 만나서 의견을 청취할 계획이다.

또한 민주당·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진보신당 소속 의원들과 무소속 유성엽 의원은 3월 24일 ‘공영방송 MBC 장악을 위한 정치공작 등 의혹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야4당은 국정조사 요구서에서 “방송정책의 최일선에 서 있는 자의 입에서 언론과 관련해 있을 수 없는 망발이 터져 나왔을 뿐만 아니라 그 언급 내용에서 정권의 핵심과 관련된 공작이 진행됐다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면서 “관련된 모든 사실을 철저히 규명해 더 이상 언론이 특정 정권의 사유물로 전락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국정조사 범위로는 ▲김 전 이사장이 밝힌 ‘큰집’이 구체적으로 어느 권력기관을 지칭하는 것인지 문제 ▲권력기관이 MBC 인사에 어떻게, 어디까지 개입했는지 문제 ▲엄 전 사장의 사퇴와 김 사장의 선임 배경 ▲이른바 ‘MBC 좌빨 80%’ 제거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문제 등이 명시돼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한나라당과 청와대가 그것이 개인적인 말실수라고 폄하하고 외면하고 싶다면 국정조사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며 여권에 국정조사에 응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거대 여당인 한나라당은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정치공세라며 일축했다. 한나라당 조해진 대변인은 “야당은 무슨 일만 생기면 국정조사니 해임의결이니 하면서 정쟁화에 나서 사태의 본질을 흐리고 문제 해결을 가로막는다”면서 “이렇게 정치공세를 벌이는 것이야말로 방송의 중립과 공정성을 심각하게 해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3월 24일 국회 문방위 위원장실에서 고흥길 위원장과 한나라당 나경원 간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뉴시스

사실 169개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반대하면 국정조사는 물 건너 간다. MBC 국정조사특위가 구성되기 위해서는 국회 본회의에서 과반수 의결로 특위위원을 승인해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국정조사 요구서 제출에 동의한 야4당에다 자유선진당과 미래희망연대(옛친박연대)에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또한 한나라당 내 60여 명에 이르는 친박(박근혜)계 의원들에게도 협조를 끌어낸다는 전략을 세워 놓고 있다.

국정조사 이외에 민주당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이명박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은 ▲청와대 항의 방문 ▲최시중 방통위원장 항의 방문 ▲대국민 고발과 규탄대회 개최 등의 일정을 잡아 놓고 있다. 이 같은 일환으로 민주당 MBC조사특위는 ‘이명박 대통령께 공개질의서’를 보냈다. 질의서 주요 내용을 보면 첫 번째로 엄 전 사장이 임기만료 전에 조기 사퇴하기를 원했는지 여부를 밝혀 달라고 이 대통령께 요구했다. 조사특위는 “지난해 6월 검찰의 <PD수첩> 관련 수사 결과 발표를 두고 당시 이동관 홍보수석이 ‘외국 같았으면 경영진이 총사퇴해야 할 일’이라며 사실상 MBC 사장 퇴진을 요구한 바 있다”면서 “이 홍보수석 입장은 MBC 사장의 조기 교체를 원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두 번째로 청와대의 MBC 인사 개입이 어느 시점에, 누구를 통해 이뤄진 것인지 물었다. 조사특위는 “김 전 이사장의 인터뷰 내용에서 ‘큰집에서 불러다가 쪼인트 까이고 매를 맞았다’고 했다”면서 “그렇다면 청와대의 누가, 언제, 어디로 불러 조인트를 까고 매를 때린 것이냐”고 물었다. 세 번째로 <신동아>의 김 전 이사장 보도와 관련해 이 홍보수석에 대한 이 대통령의 질책 이유에 대해 답변을 요구했다. 조사특위는 “3월 16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이 홍보수석에게 ‘동아일보 출신이면서 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느냐’고 질책했다는 보도가 있었다”면서 “이 홍보수석을 질책한 말씀의 의미는 무엇이냐”고 따졌다.

4월 임시국회서 대공세 준비
국정조사가 여의치 않을 경우 민주당 등 야당은 4월 국회에서 MBC사태와 관련한 대공세를 준비하고 있다. 여야는 4월 1일부터 30일까지 4월 임시국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MBC 문제는 4월 5~6일 예정인 교섭단체 대표 연설, 4월 7~9일과 12일에 있을 대정부 질의를 통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4월 중순으로 잡혀 있는 국회 문방위에서는 피감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와 방문진을 상대로 날카로운 추궁을 벼르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김우룡 사건’을 이명박 정권의 방송 장악 시나리오 완결편으로 보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공영방송인 KBS와 24시간 뉴스채널인 YTN의 장악에 이어 MBC마저 손 안에 넣었다는 것.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민주당은 특히 ‘큰집’이라는 말로 알 수 있듯이 청와대→최시중(방통위원장)→김재철(MBC 사장) 라인의 MBC 장악 실체가 드러난 것으로 보고 있다. 즉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가 MBC 장악을 위해 <PD수첩> 문제를 시발점으로 지난해 새로 구성된 김우룡 이사장 중심의 방문진 이사회를 통해 MBC에 대한 경영 간섭과 사장의 고유 권한인 인사권을 박탈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청와대는 언론문제와 관련해 의혹을 깊이 산 전력이 있다. 2008년 8월에는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이동관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 정연주 KBS 사장 후임인사 논의에 참여한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안정상 민주당 국회 문방위 수석전문위원은 “이명박 정권은 MBC만 잡으면 앞으로 장기집권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면서 “여기에 조(조선일보)·중(중앙일보)·동(동아일보)까지 종합편성채널 케이블방송을 소유하면 친정부 방송 일색이 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