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과 차]茶禮에 차를 올려야 名家

차례를 지낼 때 조상께 차(茶)를 올린다?

그렇다면 종가에서는 어떻게 차례를 지낼까? 종가의 차례 상차림은 과일과 적, 떡, 나박김치, 마른 포, 다식 한 접시, 마지막으로 차 한 잔 등 다소 규격화되어 있었다. 특히 차례를 지낼 때는 정확한 위치를 알아야 한다. 조상신을 기준으로 봤을 때 왼쪽에 차, 오른쪽에 술을 놓아야 한다. 차가 술보다 상석이기 때문이다.

종가에선 자정 혹은 이른 아침에 차례를 지낸다. 종손이 '진차!' '봉차!'란 말을 선창한 후 조상신에게 차를 바친다. 이때 조상의 신위(神位)는 차례상 아래 놓아야 한다고 한다. 신위가 상 위에 있게 되면 조상신이 상 위에서 진지를 들게 되는 꼴이므로 반드시 상 아래 신위를 놓아야 한다는 것.

차 한 잔을 올린 뒤 축문이 이어진다. 축문이란 '이러이러하게 살아왔지만 앞으로 이러하게 살겠습니다'라는 일종의 반성문. 명절은 먹고 즐기는 날이 아니라 조상에게 반성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약속의 시간이란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명문 종가들이 차례상에 차를 올리는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차례란 어원을 보면 쉽게 납득이 간다. 이를 직역하면 차로 제례를 지낸다는 의미다. 다사(茶祀)라고 부르기도 한다. 차를 올렸다는 기록은 1600년 전 〈삼국유사〉에서도 발견될 정도로 역사가 깊다. 차례는 옛날 궁중의 다례나 특정 계층을 통해 전해졌지만 조선 중기 상민의 차례상에도 차가 등장했다. 하지만 조선 후기 수많은 변란을 겪으면서 차가 귀해졌고 결국 숭늉이나 물로 대신하며 오늘날의 '차 빠진 차례상'이 일반화됐다. 사단법인 한배달 편집위원인 김대성씨는 "차례 때 차문화가 사라진 것은 경제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면서 "차례는 나라에서 주관한 큰 행사인데 궁핍한 서민 사회에서 차를 마시며 차례를 올리는 것이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엔 이 축문을 생활축문으로 바꾸자는 운동이 일고 있다. 가족 중 어느 누가 대학에 입학했다, 누가 돌잔치를 했다, 누가 순산했다는 등의 집안 소식을 조상에게 알리는 것으로 축문을 대체하자는 것. 한배달 박정학 회장 집안이 쓰이던 생활축문을 쓰고 있다. 박 회장 집안의 생활축문 한 토막. "오늘 단기 4334년 설날을 맞아 독일 간 장남 가족을 제외한 세 아들의 가족들이 모여 간소한 음식을 마련해 정성으로 차례를 올리오니 두루 흠향하시옵소서. (중략)둘째는 박사논문을 준비하고 아들들과 인터넷 쪽으로 열심히 활동하고자 합니다. 셋째는 일이 바빠 오늘 참석을 못하고 두 아들이 왔사옵니다. 형제들 모임은 2월에 할 예정이고 기전 장학금도 계속 지급할 것입니다(하략)."

올해는 차례상에 차를 올리고 생활축문을 쓰면 어떨까.

연세영 기자 (pakosm@kyunghyang.com)

차 전문가 이연자씨가 3년간 종가를 돌며 기록한 종가 취재기다. 〈천 년의 삶으로 이어온 종가 이야기〉 이후 두번째 책인 〈명문 종가를 찾아서〉(컬처라인)는 종손이 고택을 지키고 있는 종가만 엮은 것이 특징. 이 책엔 장흥 고씨 제봉 고경명 종가, 의성 김씨 지촌 김방걸 종가, 서흥 김씨 한훤당 김굉필 종가, 경주 이씨 익재공파 청하공 종가를 비롯해 15곳 이상의 종가의 삶과 예절 등이 꼼꼼히 적혀 있다. 1부 '하늘이 내린 종가 사람들'에서는 의성 김씨 심산 김창숙 종가 손응교 종부의 절절한 인생역정을, 2부에선 우리 전통에 스며 있는 생활문화의 조명을, 3부에선 관례와 혼례법을, 4부에선 수도권에 밀집된 종가의 모습을 생생하게 다루고 있다.

설 유래와 차문화

예부터 차례란 반성의 시간을 뜻했다. 〈삼국사기〉에서는 설을 '서러운 날'로 해석한 데서도 그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예전엔 마차례라는 말도 썼다. 마는 '맞' '우두머리'라는 옛 우리말이다. '첫해' 혹은 '초심'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설 차례는 집안에서 치러진 행사가 아니었다. 설 차례는 국가 행사였기 때문이다. 국가 단위에서 지낸 설 차례는 현재의 음력인 10월에 행해졌다. 지금도 10월을 상달이라고 하는 것은 그때의 유습 때문이다. 12월 섣달에 설 행사를 할 때도 있었다. 영고(迎鼓) 이니 무천(舞天)이니 하는 것은 국가가 주관하는 것이었다. 태초부터 지금까지의 공동체 전체를 하나의 문화적인 반성과 참회의 공간으로 삼는 잔치였던 것이다.

지금은 개개인이 지내는 상황으로 변했지만 조선 시대 때 성리학이 들어와 모든 예법이 주자가례를 따르는 상황에서도 차례를 지냈다. 결국 종가의 설 차례는 마차례의 변형인 것이다. 국가가 관장한 설 제례는 지역 공동체, 작은 공동체, 개개인의 집안 순으로 내려갔다. 그 행사가 현재의 정월 초하루인 설날로 변모했을 가능성이 크다.

차례란 단어에서 차는 '메우다' '채우다'라는 뜻이고 례는 '비우다'란 뜻으로 채움과 비움을 정산한다는 의미다. 차례의 또다른 뜻은 차로 예를 행한다는 뜻이다. 제례의식 때는 음식뿐만 아니라 차도 올렸다. 조상에게 차를 올린 것은 '차 한 잔 올리겠습니다. 드십시오' 라는 뜻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다도는 전통-청결-존중-생활-예절 등 기본정신이 포함되어 예의범절을 익히는 길잡이가 되고 있다.

김대성[한배달 편집위원]

녹차의 종류와 효능

대추차-모과차-생강차-인삼차.... 차의 종류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보통사람이 쉽게 꼽을 수 있는 차만 해도 그 종류가 10여 가지를 넘는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이 음용하고 있는 차가 바로 녹차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것은 티백에서 가루까지 형태가 다양하며 우전(雨前:곡우(매년 4월 20일) 전에 나온 아주 어린 찻잎의 순으로 만든 차)-세작(細雀:곡우에서 5월 초까지의 가늘고 고운 찻잎으로 만든 차)-중작(中雀:5월 초순에서 중순 사이의 잎이 조금 자란 찻잎으로 만든 차)-대작(大雀:5월 중순에서 6월 초까지의 굵은 찻잎으로 만든 차) 등 등급도 다양하다.

녹차는 차나무 잎을 발효시키지 않고 햇볕이 아닌 인공 가열로 말린 차를 말한다. 발효 정도와 유무에 따라 녹차(불발효차)-우룽차(부분발효차)-홍차(발효차)로 나뉜다. 녹차는 찻잎을 수확한 후 곧바로 쪄서 효소를 죽여버리는 것이고 홍차는 수확한 후 찻잎을 그대로 방치해 발효시키는 것이다. 우룽차는 이 둘의 중간 단계에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는 차의 색깔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녹차는 발효시키지 않아 오래도록 선명한 녹색을 유지하며 홍차는 잎 속의 효소가 산화작용을 일으켜 검은색을 띠게 되는 것이다.

녹차는 각종 성인병과 동맥경화나 혈압상승을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으며 항암효과도 있는 등 건강상으로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콜레스테롤을 제거하고 충치 예방에도 탁월하다.

이같이 음용할 때 외에도 녹차를 잘 활용하면 실생활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녹차로 세안을 할 경우 기미-주근깨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뽀얀 피부를 가질 수 있다. 세안 뒤 녹차 팩으로 마사지를 하는 것도 좋다. 무좀치료와 발냄새를 제거하고 싶다면 발을 깨끗이 닦은 후 녹차에 식초를 섞은 것에 발을 담그고 골고루 마사지를 해주면 된다. 비듬방지와 여드름 치료 등에도 효능이 있으며 생선 비린내, 고기 썩는 냄새, 주방용품 냄새 등 각종 악취 제거에도 효과적이다.

우려 마시고 난 찻잎을 버리지 말고 잘 말려서 베개를 만들어보자. 은은히 퍼지는 녹차향이 기분을 좋게 할 뿐만 아니라 불면증이 있는 사람에게 특히 좋다. 다이어트가 걱정인 여성은 '녹차다이어트'를 권할 만하다. 흔히 녹차에서 떫은 맛이 느껴지는데 이는 녹차에 함유된 카테킨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이 카테킨 성분이 바로 다이어트에 특효. 카테킨은 체내 중성 지방이나 콜레스테롤의 체외 배출을 촉진하는 작용이 있다. 한마디로 지방 억제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녹차는 무당-저칼로리 음료이다.

임형도 기자 lhd@kyunghyang.com